10월초에 부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매 해 적어도 1번 이상은 비엔날레를 보러 부산에 방문하는 편인데요, 작년에는 못 가서 오랜만에 부산에 들렀습니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듯 많이 변한 거 같기도 한 그런 부산이었어요. 저는 여행 가서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다음번에 가서도 또 가고 또 가는, 그런 타입인데 이번 여행은 뭔가 새로운 곳들을 가보고 마음에 드는 장소가 더 늘어난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까사 부사노입니다. 그동안은 카페인 효과라기보다는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셨는데요, 그러다가 프리즈 서울을 다녀온 이후로 리사르 커피를 알게 된 이후로 에스프레소에 푹 빠졌습니다. 회사에서 일할 때야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만 주말이나 어디 놀러가서는 에스프레소를 먹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최근에 에스프레소에 빠진 저는 광안리에서 자고 일어나서 어디 괜찮은 에스프레소 바 없나 찾아 보다가 까사 부사노를 갔습니다.

그동안은 커피에 엄청난 조예가 있다거나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기에 일정에 카페를 유의미하게 비중을 두진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맛있는 에스프레소 바를 꼭 가고 싶더라고요. 부산 여행을 즐기게 된 이후로 부산이 모모스커피 이런 곳 처럼 제법 커피쪽으로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가 볼 생각은 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역시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자동으로 가게되나봅니다.

전날 밤에 도착하여 지나가는 길에 본 곳이기도 하고, 가까이에 있어서 들렀는데 생각보다 너무 마음에 들었어서 만약 부산 여행 계획이 있다면 까사 부사노에 들러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비엔날레는 보러 갔는데 그 곳에도 까사 부사노가 있더라구요. 재작년만 해도 없었던 거 같은데 갑자기 새로 생겨난 신흥 핫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안리에만 까사 부사노는 2개 지점이 있는데 저는 테라스 지점을 돌아가는 날에야 인지해서 까사 부사노 점만 2번 갔습니다. 다음 번에 광안리에 가면 테라스 지점으로 한 번 가보려고 합니다. 여행 일정 중에 첫째날만 햇빛이 쨍쨍하고 나머지 날은 비 소식이 있는 걸 알았기에 첫째날 햇빛에 쪄죽을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야외 좌석에 앉았습니다.

이탈리아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약간 지중해에 피서 온 여행객 느낌이 들더라구요. 눈이 부셔서 앞을 보기는 힘들고 햇빛이 뜨거워 얼굴은 새빨갛게 익었지만 그럼에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8시 30분에 오픈이라 오픈 시간 즈음 갔는데도 이미 사람들이 몇몇 와서 여유를 즐기고 계시더라구요. 음악도 신났고 신기한 게 가게 안에 굿즈샵도 있는 점이 조금 신기했던 부분입니다.

첫째날에는 레스프레소라는 까사부사노의 시그니처 에스프레소와 레몬오일을 마셨는데 맛은 괜찮았습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리사르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졌는데 그 이유는 아마 좀 단 맛이 느껴져서 에스프레소 본연의 맛은 조금 연하게 느껴져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치만 그럼에도 정면에 광안대교뷰로 마시는 에스프레소 맛 만으로도 까사 부사노에 갈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아 그리고 공복이라 소금빵도 시켰는데 개인적으로 빵은 맛이 없었습니다. 다른 케이크 류나 궁금하기는 한데 맛은 어떨지 잘 모르겠네요.

일상에 치여살다가, 이렇게 오션뷰에 광안대교를 보며 에스프레소를 마시니 이런게 여유지- 하며 물멍을 때렸습니다. 글 쓰면서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좋았네요. 게다가 밤에는 바로 변신하는 듯 싶었습니다. 이번 일정 중 밤에 들러서 위스키 한 잔을 하려고 했으나 체력이슈로 너무 피곤해서 곯아떨어져 가지를 못 한 점이 너무 아쉽네요.

부산 여행 가서, 숙소가 광안리 근처이거나 일정이 광안리가 있다면 까사 부사노에 들르는 걸 강력 추천합니다. 아마 야외쪽은 사진 찍으려는 분들로 나름 경쟁이 조금 치열할 수도 있으나 에스프레소 특성상 다들 오래 앉아계시지는 않고 빠르게 마시고 잠시 쉬다가 떠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지나가는 분들도 다 한번씩 가게를 쳐다보고 지나가거나, 분위기 보고 안으로 들어오시더라구요. 게다가 저는 여행객이라 나름의 일정이 있어서 더 오랫동안 여유를 즐기는 못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조깅하는 분들을 보면서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른 시간에 다들 열심히 사는구나 반성함과 동시에 아침의 여유를 즐기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부산 여행 갈 때마다 꼭 들르게 될 것 같은 까사 부사노. 다음번엔 해운대나 다른 지점들도 들러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