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바다 미술제라 스킵 했고, 올해는 덕질할 겸 겸사겸사 비엔날레에 방문했다. 원래는 비엔날레가 끝나는 마지막 날에 가려고 했으나 어쩌다보니 예상보다 이른 날짜에 갔다.
우선 개인적으론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던 비엔날레였다. 20년부터 갔으니까 총 3번째 비엔날레인데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비엔날레가 제일 재밌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가 막 내가 전시에 관심을 다시 가지기 시작해서 그런건가?
어쨌든 호불호가 갈릴 만한 비엔날레라는 생각을 했다. 우선 현대미술관만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전의 비엔날레에 비해 임팩트가 조금 부족했다고 해야할까. 대체적으로 아시아나 여성에 국한된 이야기라는 한계가 느껴졌다. 이전은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전 비엔날레들도 아시아 작가위주이거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는 했지만, 이번에 유독 그러한 구성이 조금 지루하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비엔날레를 가는 이유 중 하나는 흥미로운 작품을 보고, 작가가 건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사색하거나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에 대한 꺠달음을 얻는 재미가 있었던 편인데 이번에는 그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약간 어둠에서 보기 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몇 몇 작품들은 나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감히 볼 생각도 안 하기는 했지만 근처에서 다른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갑자기 채찍 휘드르는 소리라고 해야되나, 그 소리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미술관 공간을 넓게 그 자체를 작품과 함께 어우러지게 구성한 부분은 좋았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본 작품 사진을 몇 개 기록해보려고 한다.
우선, 인도네시아 작가님인 타링 파디.
맨처음에는 베트남 작가님인가 하고 했는데 알고보니 인도네시아 작가님이었다. 무언가 농경 사회와 관련된 사회 이슈 그리고 착취를 다룬다는 느낌이 직관적으로 다가왔던 작품들. 만화같은 그림체이지만 내용은 가볍지만은 않아서 눈길이 갔던 작품들이었다.
그 다음 재밌게 본 작품은 흰 벽면에 눈만 그려져있지만 불교적인 느낌이 나는 왠지 시선이 가는 작품이었다. 작가님 이름을 찍어놓지 않아서 기록이 없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작품.
그 다음은 복도에 있던 작품인데 외국 이주민들의 언어, 혹은 그들이 적은 한글로 된 작품들이었는데 이제 우리나라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와서 산다. 이주민들이 늘어났는데, 왠지 여전히 적응은 잘 안 된다고 해야하나. 이번에 부산 여행을 하면서 아르바이트 하던 분이 외국 분이었고 얼마전 연남동에서 밥 먹을때도 외국인 종업원을 만났는데 이렇게 우리 일상 속에 이제 더 이주민들은 흔해지고 있는데 과연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어떻게 같이 살아가야하는걸까. 타국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눈으로 보는 한국은 살기 괜찮을까 궁금하기도하고. 그냥 잡다한 생각이 들었던 작품.
그리고 건물 외벽과 실내 계단에 틈틈히 글자로 된 작품들 또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김경화 작가님 작품은 처음 봤는데 한복천에 바느질한 형형색색의 모양들이 너무 아름다웠고 시선이 끌렸다. 이 큰 작품들을 작업하려면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여성 특유의 섬세한 바느질 작품을 보면 내가 바느질을 못 해서 그런지 늘 경외감이 든다.
되게 신기하고 구정아 작가님이 생각났던 카를라 아로차의 작품. 맨 처음 보면 그냥 새하얀 벽면으로 보이지만 보다보면 3가지의 색을 발견할 수 있다. 근데 이게 설명을 읽지 않았으면 그냥 흰 벽인가보다 하고 지나쳤을텐데 색이 있다는 생각을 해서 색이 보이게 된건가 하는 착각을 떠오르게 하기도하고 아무튼 재밌었다.
그 다음은 핼랜 아무주 작가님의 작품.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듯 하기도 하고 주변과 어우러져 흐릿해보이기도하지만 분명히 존재는 하는 묘한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후토시 미야기의 영상 작업물들이었다.
보면서 벚꽃 핀 일본이 너무 그리워지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얼마나 많은 밤을> 이라는 38분 정도되는 영상이었는데 다 보지는 못 했지만 제 2차 세계대전 발발 전의 미국부터 전후 일본에 이르기까지 각각 다른 시대와 지역에 사는 여성 다섯 명의 이야기라고 한다. 뭔가 어둠 속에서 예쁜 배경에 몽환적인 느낌의 내레이션을 듣는 그 순간이 어딘가 평온한 그런 상태여서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옥상에도 가봤는데 시간 여유가 있으면 현대 미술관 전시를 다 보고 을숙도를 한 바퀴 쓱 걷는 것도 추천한다. 나는 그 다음 일정 때문에 여유가 없어서 잠깐 걷다가 다시 되돌아오긴했지만 다음번에 부산 현대 미술관에 들른다면 을숙도도 여유있게 한 바퀴 돌고 싶다.
이전에는 자전거 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을숙도 자전거 대여 서비스가 종료되었나보다. 자전거 타고 한 바퀴 돌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종료 되었다니 무지 아쉬움이 남는 ...
야외에 있던 이두원 작가님 작품도 너무 좋았다. 특히 차 안에서 나던 민트향인지 허브향인지도 꽤나 마음에 들었던.
10월 20일 일요일, 다음주에 부산 비엔날레가 막을 내릴 예정이니 주말에 부산 여행을 떠나 비엔날레에 들러보는 것도 꽤나 괜찮은 선택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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