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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전시

호암미술관 전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후기 희원 관람

by 휘바휘바라이프 2024.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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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번주에 가려고 했는데 이 놈의 게으른 성격 때문에 드디어 다녀왔다. 왜 게으른 성격때문이라고 하냐하면 요새 생활 패턴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중인데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요즘. 리움에서 호암으로 가는 셔틀은 오전 9시와 오후 1시 30분 두 타임인데 나는 기어코 9시에 가고 싶었는데 괜히 신청하고 못 갈까봐 걱정되서 예매는 못 하고 그랬던 상태였다. 그러다가 비가 내리고 벚꽃은 지고 그냥 이제 포기하고 오후에라도 가자 하고 마음을 먹고 셔틀을 예약하고 다녀왔다. 
 
원래 가려고 했던 전시지만 남준이가 다녀와서 그 핑계로 그리고 저번에 셔틀 운행 중단으로 못 갔지만, 그래도 요새 혼잡한 마음 및 생각을 정리할 겸 다녀왔다. 오후 한 시 반은 아주 넉넉했고 어제 타다 남은 따릉이를 잠깐 타고 리움으로 향했다. 
 
이제 겨우 두 번 이용해봤지만, 나같은 뚜벅이에겐 너무 감사한 셔틀 버스 서비스. 이게 마음이 참 요상한게 더욱 편하게 시스템화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예약 없이 이용하면 안 되나 그런 마음이 불쑥 치밀어 오른다.
 
아마 벚꽃이 지기 전에 왔으면 더 아름다웠을 거란 생각을 하긴 했지만 뭐 이미 내가 놓친걸 어쩌겠나.
 
개인적으로 불교는 아니지만 종교 중에 불교를 제법 좋아하는 편이다.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크게 편견도 없어 보이고 게다가 연등이라든가 향 냄새를 제법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절이란 공간은 가끔 지나갈 때 보면 마음이 참 편안해 지기도 하고.
 
어제는 햇빛도 쨍쨍했고 셔틀 타고 30여분 정도 가니 호암 미술관에 도착했다. 여전히 익숙한 푸릇푸릇함이 가득차 있었고 우선 희원을 대충 쓱 둘러보고 전시를 보러 향했다. 
 
전시가 시작되기 전에 우선 락커에 짐을 보관 한 후 키를 챙겼다. 늘상 크고 작은 짐을 가지고 다니는 나에겐 미술관마다 이런 락커 서비스를 제공해주는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희원을 둘러보고 미술관에 들어서서 락커에 짐을 맡기고 전시를 보기 시작. 


 
들어서자마자 약간은 어두컴컴해서 당황했지만 곧 적응했다. 작품들을 보니 밝은 불빛에서 보기보단 이런 어두운 공간에서 관람하기에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설정을 해둔거겠지. 도슨트 어플을 깔아서 설명을 들을까 하다가 다시 재다운로드하기 귀찮아서 그냥 눈으로 관람을 즐겼다.


 
여성 서사와 관련되서 전시가 이어지는 것 같았다. 호암 미술관이 도심과 접근성이 떨어져서 그런지 주말엔 안 와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주말에도 크게 붐빌 것 같지는 않다. 관람객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작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오래 서있어서 조금 관람하는데 불편함이 있긴 했지만 뭐 그거야 내가 까다로운 성격이니까 다른것부터 보면 그만 하고 내멋대로 뒤죽박죽 봤다.


 
세월이 흔적이 느껴지는 그림들을 보니 뭔가 신기한 느낌이 들기도. 그림부터 동상, 자수까지 다양한 소재로 전시가 구성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그림으로 된 것들은 평소에도 종종 봤었기 때문에 익숙했는데 자수로 되어있는 불상은 정말 존경스러웠다. 옛날이야 지금처럼 뭐 즐길거리가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닐테고 자수는 여자들의 일이었을텐데 그럼에도 형형색색 한땀한땀 자수를 해서 작품으로 된 걸 보고 있으니 과연 시간은 얼마나 걸렸을지, 얼마나 수고스러웠을지, 그리고 얼마나 종교적 신앙이 깊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만큼 누군가의 건강이라든가 사랑이라든가 간절한 무언가가 있었겠지.

 


 
그리고 금으로 칠해진 동상들도 익숙했지만 신기하게 흰색으로 되어진 동상들은 왠지 불교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믿는 천주교쪽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개인적으로 금으로 된 이런 작품류를 참 좋아한다. 검정 배경에 금색으로 그려진 이 세밀한 작품들을 볼 때면 세심함 하고는 거리가 먼 타입의 내 입장에서는 과연 손은 안 떨렸을까, 미리 밑그림을 그리고 해도 이렇게 깔끔하게 표현하기 힘들거같은데 하는 생각으로 가득찬다.


 
미리 좀 더 공부하거나 도슨트를 들었으면 작품을 감상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냥 내 나름대로 해석하며 구석구석 구경하기에도 제법 재밌었다. 쉬엄쉬엄 느긋하게 봐서 관람하는데 약 50분정도 걸린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이제 본격적으로 다시 희원을 구경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 아마 다음번에 와도 또 헤맬 것 같다. 


 
중간에 정자같은데에는 여전히 저번와 다름없이 장 미쉘 오토니엘 작품이 있었다. 그리고 이미 벚꽃은 다 졌지만 가끔 이렇게 마주하는 벚꽃은 참 반갑다. 벚꽃이 아닌가...? 사실 꽃을 보는건 좋아하는데 크게 관심이 없어서 다 비슷하게 보이긴한다.


 
그리고 이미 저번에 와봤기도 했고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핸드폰 배터리는 없어서 저번에 안 걸어본 새로운 길을 걸어봤다. 요새 답답해서 여기저기 쏘다녀보지만 마음 편히 있을 곳은 없다는 그런 느낌이 드는 요즘. 혼자 고즈넉하게 앉아있고 싶은데 또 어르신들 한가득이라 피해서 다른데로 갔다. 근데 도로 옆이라 차가 지나가는 거 말고는 참 조용하고 좋더라.


 
게다가 호수인가...? 생각보다 제법 넓고 눈 앞에는 산에 나무들이 한가득하니 참 좋더라. 조금 오바 보태서 옛날 인상주의를 그리던, 뭐 르네상스 그런 시대 귀족들은 이러한 게 일상이었겠지? 참 행복한 삶이었을 것 같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배터리와 와이파이 걱정만 해결할 수 있다면 여기서 반나절은 뚝딱 보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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